▒ 과실연 ▒
로그인 | 회원가입 | 찾아오시는 길 
 
  [이슈칼럼] [김승환 칼럼] '위대한 국가', 광적인 일관성이 만든다.
  글쓴이 : admin     날짜 : 13-01-02 13:10     조회 : 1816    

  '위대한 국가', 광적인 일관성이 만든다

얼마 전 전국의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정했다.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해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라는 의미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심각한 청년 실업, 양극화 현상의 심화, 집단 이기주의의 팽배, 이념·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의 증폭, 사회 폭력과 불안감의 확산 등 작금의 어지러운 세태를 잘 투영한 경구(警句)이다.

오랫동안 기업의 흥망사를 연구해온 경영 저술가 짐 콜린스가 쓴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란 책에서 '위대한 기업'이라 불렀던 코닥·소니 등이 놀랍게도 10년도 안 돼 몰락했다. 그는 신간 '위대한 기업의 선택'에서 불확실성과 위험이 증폭되고 변화무쌍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광적인 규율' '실증적 창의성' '생산적 피해망상'의 원칙적 대응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20세기 초 남극점에 한 달 간격으로 도달한 두 탐험가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은 운명이 정반대로 갈린 사례이다. 아문센은 매일 20마일 행군과 검증된 개썰매 활용 등 큰 원칙을 세우고 이를 철저히 지켜 무사 귀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스콧은 무계획적 행군과 검증이 안 된 시베리아산 말과 스노 모빌의 이용으로 갈팡질팡하다 끝내 비극을 초래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정치·사회·경제적인 혼돈 속에 국가적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들어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위대한 국가'로 가려면 국가 리더는 큰 국정 운영 원칙을 확실하게 세우고, 중장기적 정책 목표와 실행 기준에 편집광적인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는 막판까지 변수가 많아 정작 정책 이슈가 실종됐다. 특히 치열한 선거전의 와중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나 치밀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해 크게 아쉽다. 5년 전 과학기술계의 단합된 반대에도 과학기술부의 졸속 폐지를 막지 못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신설 예정인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지 않으려면 이번 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발전적 개편에 대한 큰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

 

새롭게 구성되는 가칭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초 연구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동력으로 응용 개발 연구가 물 흐르듯 연계되고 다른 연구·개발(R&D) 기능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자칫 과학기술 담당 부처가 다른 부처에 휘둘리거나 공룡화해 미래를 담당해야 할 과학기술 자체가 다른 현안들에 의해 밀려나는 우(愚)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 전체적인 과학기술 거버넌스(governance·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행정)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현 R&D 예산 배분. 조정, 성과 평가에 미래전략 기획 기능을 보강해 더 발전한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 특히 이번에는 반드시 과학기술계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과 전문가 참여를 바탕으로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개편이 추진되길 기대한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에 '제1차 기술 진흥 5개년 계획'이란 이름으로 과학기술 개발 계획이 처음 만들어지고 나서 과학기술은 '국정(國政)의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과학기술의 진흥 개발은 국가사업으로 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지원됐다. 국가 최고 지도자는 과학기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국민과 공무원들에게 앞장서서 보여주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기부터 과학기술 기반의 구축을 위해 과학기술 개발 계획을 경제개발 계획의 일부 또는 같은 수준으로 우선순위를 인정했다. 또 국가의 장기 개발사업으로 정부의 예산 투자 배분, 전담 행정기구 설치, 과학기술 진흥에 필요한 법령 제정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이런 지난 50년의 축적된 노력이 오늘날 과학기술과 국가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됐고 우리나라는 위대한 국가의 문턱에 서게 됐다.

 

이제 선진국을 쫓아가는 '선(先) 기술, 후(後) 과학'의 추격형 R&D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는 지식 창조시대의 새로운 도전 앞에 다시 섰다. 10년 뒤 우리나라가 몰락을 피해 위대한 국가로 진입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우리는 '선 과학, 후 기술'의 새 원칙을 굳게 세우고 이를 편집광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추구해나가야 한다. 최근 글로벌 위기의 심화와 북한의 은하 3호 발사 성공으로 인한 북한발 '스푸트니크 쇼크'는 과학기술의 진흥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우쳐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대로 실질적인 국정 운영의 중심에 과학기술을 세우고 이에 바탕을 둔 확고한 원칙 아래에 위대한 국가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