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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과학은 선후배간 치열한 논쟁이 불가능"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09-12-14 13:49     조회 : 3377    

"한국 과학은 선후배간 치열한 논쟁이 불가능"

김경만교수 과실연 창립4주년 포럼서 과학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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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잘 푼다고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훌륭한 학자는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김경만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11일(금) 과실연 창립 4주년 기념포럼에서 "과학 문화는 과학과 대중문화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문화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한 뒤 한국 과학계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관습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김교수는 이날 '문화와 과학: 21세기 한국 과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미국 대학이 성공한 이유와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의 학문적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까닭을 통해서 한국 과학 문화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냈다.

김교수는 한국이 과학에 대한 유아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를 잘 풀기만 하면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훌륭한 학자는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며, 주어진 틀에 맞게 문제를 빨리 푸는 것이 창의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문제풀이에 급급한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경만 교수는 미국 대학이 어떻게 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연구를 하고, 좋은 대학으로 성장했는지 살펴보면 우리나라 과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이 성공한 이유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교수의 생계를 책임지는 시장개념을 도입한 것은 독일에서 처음 시작했다. 대학에서 월급을 주다보니 훌륭한 결과를 내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게 되었고, 이를 통해 대학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교수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했고,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매년 불규칙한 숫자의 과학자를 배출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의 권력이 너무 막강해서, 학생을 졸업시키고 연구에 참여시키는 모든 일이 교수의 개인적인 선택에 의해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독일 대학처럼 시장의 개념을 도입하되 교수의 권한을 축소하고 학위제를 신설해 매년 일정한 수의 과학자를 배출했다. 이는 후배 과학자들이 선배나 교수의 권위에 억눌리지 않고 연구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경만 교수는 "한국 과학은 아직도 선후배 간의 치열한 논쟁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특유의 정서 때문에 학생이나 후배가 교수나 선배에게 틀렸다고 지적하지 못하는데 이는 혁신적인 연구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런 말을 하는 나조차 학생이 계속 내 의견에 반박하면 불쾌하긴 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권위의식을 탈피해야만 새로운 연구, 창의적이고 좀 더 완벽한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만 교수는 "한국 과학이 노벨상을 받을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그 이유를 학자들의 정체성 문제로 보았다.

김 교수는 "학자는 연구 실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뒤, 그러나 한국에서 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과학자들의 모습을 통해 과학자들의 모습을 보면 과학자들의 모습 역시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회과학 분야의 교수님들은 너무 바쁘다"고 지적했다. 학자나 교수들이 연구실에서 연구를 지속하기보다 사회운동에 더 많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정치적인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대중들에게 관심을 끌만한 것만 연구하겠다고 하는 대중 친화적인 사람들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학자의 수준은 낮고, 국가의 학문적 깊이 역시 얕아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후배양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새로 배출되는 사회과학도들이 한국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유학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김경만 교수는 과학자들도 정체성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미국에서는 90세가 된 학자도 계속해서 연구를 하는데 한국은 5,60대만 되면 나이 먹었다며 은퇴를 생각하거나, 다른 사회활동으로 바쁘고 연구는 뒷전으로 밀려난다"며 과학자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지속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은 과실연 웹진기자(prayjieun@naver.com)